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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1등이 최고? 사내 메신저, 슬랙 대신 두레이는 어떨까

회사에 다들 ‘사내 메신저’ 하나는 쓰는 시대다. 과거엔 네이트온, 이메일 등이 소통의 주된 도구였는데 요즘은 메신저와 스케줄·프로젝트 관리 등의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전문 협업툴 사용이 대세다. 협업툴 도입이 DX(디지털 전환)의 첫걸음이란 말도 있다. 그러나 남들이 쓰니 우리도 쓴다는 접근은 기대만큼의 효율을 내지 못할 수도 있다.

<블로터>는 최근 사내 메신저를 글로벌 선두 서비스 ‘슬랙(Slack)’에서 국산 ‘NHN 두레이(Dooray)’로 전환했다. 슬랙이 나빠서가 아니다. 애국심도 아니다. 그저 구성원들의 사용 패턴과 업무 특성, 비용의 측면 등을 고려하면 슬랙보다 두레이가 나을 거란 판단이었다. 그리고 실제 도입 후, 적어도 필수 기능들을 쉽고 저렴하게 쓰고자 하는 측면에선 슬랙보다 두레이가 낫다는 평가가 나왔다.

확장성 좋은 슬랙, 기본기 탄탄 두레이

슬랙의 최강점은 확장성에 있다. 정말 다양한 디지털 생산성 도구들을 슬랙과 연동해 쓸 수 있다. 어디서든 널리 쓰이는 구글 메일·드라이브·캘린더, 드롭박스, 트렐로, 에버노트 등의 범용적 생산성 도구뿐 아니라 줌이나 팀즈 같은 화상회의 도구도 연동 가능하다. 슬랙에 따르면 무려 2400개의 앱을 슬랙과 연동해 쓸 수 있다. 각기 다른 협업툴을 최대한 유기적으로 활용하고 싶은 조직이라면 슬랙만큼 유용한 도구도 없을 거다.

슬랙에서 연동 가능한 주요 외부 앱들. 구글 드라이브, 트위터, 드롭박스 등 익숙한 서비스 아이콘들이 보인다. (사진=슬랙 홈페이지)

하지만 이처럼 강력한 확장성도 쓰지 않는다면 의미가 퇴색된다. 회사에서 지난 2년 이상 슬랙을 사용하다 두레이로 바꿨지만 불과 이틀 만에 적응했다. 슬랙 시절 회사 구성원들이 주로 사용하던 기능은 용도별 채널에서 채팅으로 소통하는 일이었고, 이런 메신저 기능은 두레이에도 기본적으로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레이의 확장성은 슬랙에 비할 바 못 된다. 대신 필수 기능에 대한 기본 준비는 더 탄탄했다. 회사 입장에서 이 같은 측면이 협업툴에 대한 가려운 점을 조금 더 시원하게 긁어준 것도 서비스 변경에 일조했다.

두레이의 특징은 △프로젝트 △메신저 △드라이브 △캘린더 △메일 △전자결재 △화상회의 등이 별다른 기능 확장 절차 없이도 기본으로 지원된다는 점이다. 서비스 제공사인 NHN이 ‘올인원 협업툴’을 강조하는 이유다. 하나의 번들 서비스이다 보니 UI(사용자 환경)와 UX(사용자 경험)의 연결도 깔끔하고 직관적인 편이다.

두레이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두레이의 ‘올인원’ 요소를 강조하는 페이지가 많다. (자료=두레이 홈페이지 갈무리)

또 이전에는 슬랙 외에도 프로젝트·일정 관리용 ‘노션’과 전자결재용 ‘이카운트’를 따로 사용해 번거로운 측면이 있었다. 이들도 두레이 도입 후 하나의 앱에서 모든 작업이 가능해다. 특히 대표는 “이제 휴대폰에서도 전자결재가 처리된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런데 슬랙의 확장성을 고려하면 이런 기능들은 슬랙에서도 가능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그만큼 슬랙을 배워 쓸 의지가 구성원 누구에게도 없었던 점이다. 그보단 필요한 기능을 미리 탑재해서 주는 두레이가 협업툴 ‘라이트 유저(서비스를 가볍게 즐기는 사용자)’ 조직에는 더 적합했다. 추가로 두레이의 저렴한 이용료도 한몫했다. 협업툴은 사용 조건에 따라 이용료가 달라질 수 있지만 <블로터>의 경우 슬랙+노션+이카운트 사용 시절보다 서비스 이용료가 상당히 줄었다. 결국 애초에 슬랙만큼 전천후 협업툴이 필요하지 않았는데 필요한 기능은 두레이가 기본 지원해주고, 비용도 저렴하니 정든 슬랙에서 이사할 동기는 충분했던 셈.  

구관이 명관? 두레이가 개선되어야 할 점

그러나 편의와 비용이 슬랙의 전부를 대체한 건 아니다. 사소하지만 소통의 일부 요소와 사용자 배려가 1% 아쉬운 점들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그중 구성원들이 가장 낮은 점수를 준 요소는 바로 이모티콘 응답 기능의 부재와 부담스러운 스티커였다. 이모티콘 응답은 특정 채팅에 대해 참여자가 작은 스티커를 붙여 공감, 확인 등의 의사표시가 가능한 기능이다. 불필요한 채팅이나 알림을 울리지 않게 하면서도 의사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에 슬랙 시절 구성원들 사이에서 널리 쓰였다. 카카오톡도 올해 이와 같은 기능을 도입한 바 있다.

두레이는 각 채팅별로 ‘글타래’를 만들어 채팅 입력자와 댓글 작성자들 간 분리된 소통이 가능하지만 이는 매번 알림을 만든다. 게다가 두레이의 PC 앱 알림은 메시지를 읽을 때까지 작업 표시줄에서 부담스러울 정도로 깜빡인다.

꼭 채팅이 아니라도 글타래나 답변에서 이모티콘, 스티커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슬랙 대비 입력 절차가 번거롭고, 자주 쓰는 이모티콘 등록 기능도 없다. 스티커는 디자인이 부담스럽단 의견이 많았다. 디자인 선호도는 주관의 영역이지만, 심플함과 귀여움 등을 추구하는 최근 메신저용 이모티콘 트렌드를 고려할 때 두레이의 스티커는 MZ세대 기자들에게 어필하기엔 다소 오래된 감성에 젖어 있는 느낌이다.

실제 사내 두레이 채팅 채널에 올라온 구성원들의 두레이 사용후기 中. 

이 밖에도 링크가 포함된 하이퍼링크 텍스트를 복사-붙여넣기 했을 때 링크 데이터가 사라지는 점, 각 메시지에서 ‘읽지 않은 사람’이 이름별로 노출되는 구조가 마치 감시받는 것 같아 불편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입력 중인 채팅이 대화창 이동 시 저장되지 않고 사라지는 점도 슬랙과 달랐다.

다행인 건 사용자경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준의 불편은 없었다는 점이다. 슬랙에 대한 익숙함에서 비롯되는 아쉬움이 대부분이었다. 오히려 전반적인 디자인이나 인터페이스는 슬랙보다 간결하고 한국 감성에 가까웠다. 언급된 문제점들은 향후 더 많은 사용자 피드백이 취합된다면 개선 가능한 요소들로 보인다.

두레이 외에도 국내에는 슬랙과 겨룰 만한 협업툴 종류가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잔디’가 있고, 네이버웍스와 카카오워크, 하이웍스, 플로우 등도 지속해서 사용자 기반을 늘려가고 있다. 각 협업툴에는 고유의 장점과 사용자 타깃이 존재한다. 가령 두레이가 강조하는 ‘올인원 협업툴’은 번거로운 절차 없이 하나의 서비스로 협업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수요자들에게 적합하다.

이번 슬랙-두레이 전환 과정에서 느낀 건 꼭 유명 서비스만 고집할 필욘 없다는 점이었다. 속담에도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쓴다’는 말이 있다. 협업툴 선택 전에는 구성원들의 수요와 각 서비스의 강점이 충분히 일치하는지, 불필요하게 지출하는 비용은 없는지 꼼꼼히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하겠다.

출처 : 블로터앤미디어(http://bloter.net),이건한 기자 sugyo@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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